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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강박과 권위주의를 넘어서 진보가 나아갈 길― 박구용 교수의 철학적 시선으로 읽는 우리 시대(다스뵈이다 요약)

by 대박.나자 202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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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비도덕&무도덕 이미지
부도덕&비도덕&무도덕 (출처 : 다스뵈이다

도덕 강박과 권위주의를 넘어서 진보가 나아갈 길

― 박구용 교수의 철학적 시선으로 읽는 우리 시대

최근 들어 철학자 박구용 교수의 등장이 부쩍 잦아졌다. 그가 말하는 철학은 교과서 속 고전이나 추상적인 담론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철학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정치, 도덕, 권위, 문화의 모순과 그 틈을 정확히 겨냥한다.

이번 글에서는 박구용 교수가 김어준과의 방송, 특히 최근 시리즈에서 풀어낸 철학적 통찰들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와 정치, 문화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1. 박구용 교수, 철학으로 시대를 해부하다

박구용 교수는 철학자이자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오랜 시간 동안 인간 존재, 사회 정의, 권위주의, 민주주의, 도덕과 윤리의 경계에 대한 탐구를 이어왔다. 그는 단순히 ‘지식인’으로서가 아니라, 현실 정치와 사회 운동, 시민 담론의 깊숙한 곳까지 발을 들이고 이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려는 드문 지성이다.

이번 방송에서 그가 꺼낸 핵심 화두는 바로 도덕 강박, 그리고 도덕주의에 대한 철학적 비판이다.

2. 조국 사태를 둘러싼 철학적 자기 성찰

박 교수는 이번 방송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가족이 겪은 일련의 검찰 수사와 사법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그동안 조국 가족을 둘러싼 부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해 느꼈던 회피, 외면, 그리고 죄책감을 고백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조국은 도덕주의에 의해 학살당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모두는 거기에 가담하지 않았는가를 묻고 있다.”

이 말은 단순한 정치적 비판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43 동학과 5.18을 가슴에 두고 철학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당시 조국 가족이 겪었던 고통에 함께 하지 못한 자신을 꾸짖는다. 이 발언은 지식인이 가져야 할 윤리적 책임을 되묻는 동시에, 한국 사회 전체가 “도덕 강박”이라는 함정에 빠져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의 폭력에 눈을 감았던 것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3. ‘도덕 강박’이라는 보수의 함정

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핵심 개념 하나를 제시한다. 바로 “도덕 강박 장애”다. 그는 말한다. “진보 진영은 도덕 강박 장애를 갖고 있다. 그게 우리가 늘 무너진 이유다.”

이 발언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오랜 시간 ‘도덕’이라는 잣대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해 왔다. 특히 진보 진영 내부에서는 정치적 인물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며,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비난하고 배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박 교수는 이를 ‘권위주의적 도덕’이라고 비판한다.

그가 구분한 도덕의 세 가지 층위는 다음과 같다:

- 부도덕: 명백히 잘못된 행위. 예: 권력형 범죄, 뇌물 수수 등.
- 비도덕: 기존 권위주의적 도덕을 비판하는 행동. 예: 남성다움, 여성다움, 넥타이 문화에 대한 거부.
- 무도덕: 도덕적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 예: 연애, 코인 투자, 사적 소비.

그는 우리가 비도덕이나 무도덕한 행동을 ‘부도덕’으로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가야말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4. 문화적 권위주의와 ‘복장’의 정치학

박구용 교수는 일상적인 예시를 통해 권위주의 도덕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는 방송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 넥타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이마를 가린 머리 스타일에 대해서도 “음흉해 보인다”는 반응을 받았다는 것.

이는 단순한 복장이나 외모에 대한 비호감이 아니다. 이면에는 “교수는 이렇게 입어야 한다”, “정치인은 이마를 드러내야 한다”는 식의 문화적 권위주의가 깔려 있다.

5. 정치, 문화, 예술과 철학의 경계 허물기

박 교수는 단순히 정치와 도덕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이를 철학, 예술, 문화의 맥락 속에서 해석한다. 대표적인 예가 시뮬라크르(Simulacrum) 개념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가 실제라고 믿는 모든 것은 가상의 총합일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진짜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만든 이미지일 수 있다.”

결혼은 “그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인 줄 알고 하는 것”이라는 말은 이 철학적 논의를 매우 현실적으로 설명한 대목이다. 즉, 진실처럼 보이는 것과 실제로 진실인 것의 간극을 자각하고 의심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이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본질과도 연결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6. ‘비도덕 퍼포먼스’로서의 저항

박 교수는 김어준이 포르셰를 사고 음반을 내는 행위를 두고, “비도덕 퍼포먼스”라고 명명했다. 이는 부도덕한 행동이 아닌, 오히려 도덕 강박에 대한 저항의 상징적 행위라는 뜻이다.

그는 말한다. “이 사회는 코인은 부도덕한 것이고, 검소하지 않으면 도덕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단지 ‘무도덕’의 영역일 뿐이다.”

7. 조국 사면과 철학적 정의

박 교수는 사면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철학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조국 사태를 시뮬라크르, 즉 “사실처럼 보이는 거짓”으로 규정한다.

법의 형식은 유지됐지만, 그 내용은 공정하지 못했고, 조국은 우리 사회의 도덕 강박과 권위주의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사면은 그 희생을 복원하는 도덕적 정의의 회복, 그리고 법치주의의 철학적 기반 재구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8. 정치의 새 좌표: 권위주의 vs 자유주의

박 교수는 기존의 좌우 대결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정치의 핵심 축은 다음과 같다.

- 수평 축(X축): 경제적 좌우
- 수직 축(Y축): 권위주의 ↔ 자유주의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는 좌우 갈등이 아니라, 권위주의와 자유주의의 대결이다. 한국 진보 진영도 이 권위주의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으며, 진보라는 이름 하에 권위주의적 태도를 고수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고 박 교수는 지적한다.

결론: 철학으로 시대를 읽는다는 것

박구용 교수의 발언은 단지 철학 강의가 아니다. 그는 우리가 외면해 왔던 현실의 민낯을, 철학이라는 거울로 비춰 보여준다.

도덕이라는 이름의 권력, 권위주의라는 구조, 그리고 우리가 진실이라 믿어온 가상의 장막을 하나씩 벗겨낸다.

그의 철학은 말한다. “진보란 도덕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진실과 자유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박구용 교수가 말한 것처럼 ‘부도덕’과 ‘비도덕’을 구분하는 지혜다. 그리고 그 사이 공간에서, 우리 자신의 사유를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위치에 서있는가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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